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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밭의 도서들

파체

  • 저자 이규진
  •  
  • 분류 소설/역사
  • 면수 444.00
  • 출간일 2014.04
  • 판형 152*220mm
  • 가격 14,000원
  • ISBN 979118572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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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파체(破涕)-“눈물을 거둬라”,

파체(Pace)-“평화를 주소서”


18세기 후반, 수원화성에서 만나는 눈물과 사랑 그리고 평화의 이야기


『파체』는 정조임금이 백성과 더불어 내내 복되고 평화롭기를 갈망하며 쌓은 수원화성(華城) 안에 숨겨진 비밀스런 사랑과 상처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을 쌓아가는 주인공들의 사랑과 우정이 씨줄을 이루고, 성리학이 지배하던 조선과 그 팍팍한 대지를 파고드는 서학의 물결이 만들어 낸 문명적 만남이 날줄을 이루어 한 폭의 비단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 위에 한자어 파체(破涕)와 라틴어 파체(Pace)가 절묘하게 아로새겨진다.


이백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숱한 문학과 예술의 태(胎)를 빌려 끊임없이 다시 태어나는 임금 정조, 다방면에 천부적 재능을 지녔지만 남인서얼 출신이라는 한계에 좌절하던 청춘 김태윤, 왕실 호위무관이자 조선 최고 무인가문의 후계자인 차정빈, 그리고 천주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하는 아름다운 소년 이유겸이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사도세자)가 그 아버지(영조)에 의해 죽는 것을 보고 자란 정조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 속에 누구도 믿지 않는 고독한 왕이었다. 임금은 죽은 아버지의 원혼을 위로하고, 자신의 오랜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수원에 화성을 짓기로 한다. 그런 그에게 나타난 희대의 천재, 김태윤. 남인 서얼 출신에 골수 서학(천주교)쟁이인 그에게 임금은 아끼는 호위무관인 차정빈을 붙여 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튼튼한 성을 지어보라고.


태윤과 달리 정빈은 조선 최고 무인가문의 후계자다. 거기에 더해 절대무공과 완벽한 외모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다정다감하고 싹싹한 성품의 태윤은 정빈과 친해보려고 애쓰지만 냉정한 정빈은 무시로 일관한다. 그런 둘 사이를 이어주는 건 정빈의 집 무원당(無怨堂) 정원을 가꾸는 노비 유겸이다. 아이는 천주학을 하는 집안이 괴한의 침입으로 풍비박산 난 후 혼자 살아남아 정빈의 별당으로 숨어들었다. 그렇게 세상과는 단절된 채 꽃과 나무를 돌보며 사는 유겸의 소망은 언젠가는 연경으로 가서 신학(神學)을 공부하고 사제가 되는 것이다.


유겸과 정빈에게는 출생과 성장의 비밀이 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지극한 비밀이다. 여기에 정빈과 어렸을 적 함께 어울렸던 세자와 당대 권력을 풍미했던 노론의 소장파 핵심 심일재, 사랑을 갈구하는 여인 영신의 이야기가 얽혀든다.


비명에 간 아버지 사도세자를 향한 정조의 간절한 그리움과 백성에 대한 사랑이 담겨 수원화성은 차츰 모습을 갖춰간다. 설계와 시공을 맡은 태윤은 정조의 이념적 지향을 제 비밀한 믿음에 담아 탐미의 극치인 성을 쌓아간다. 거기에 유겸과 나누는 이야기들이 잠언처럼 지친 영혼을 위로한다.


조선 상단(商團)을 주름 잡고 있는 자운향이라는 여인, 그리고 차정빈의 아버지 차원일, 그 둘의 뒤에 서서 아는 듯 모르는 듯 움직이는 정조, 서학의 뒤를 쫓는 노론의 가혹한 공세의 이야기가 이어 펼쳐진다. 전체 스토리의 축을 이루는 정빈과 유겸의 애틋한 사랑, 태윤의 우정은 결국 서학을 탄압하는 노론의 혹심한 칼끝에 선다. 누가 살고 누가 죽을까. 아마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책은 죽음보다 깊고 운명보다 질긴 사랑의 원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화성에 담긴 정조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 정조 시대의 지식이 풍부해야 하고 수원화성이라는 공간을 잘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은 그 두 가지 조건을 최대한으로 갖추기 위해 노력한 작품이다.


우선은 설정이 좋다. 정조가 지은 수원화성에 당대의 인문적 풍경인 성리학적인 질서가 드리운 그늘과 새롭게 등장한 서학의 문명적 빛을 한데 섞었다. 조선조 오백년을 일관한 성리학의 흐름이 낳은 당대의 질서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고 여겨지는 요즘, 그 때에 마침 등장한 서학의 흐름은 당시의 조선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까.


한번쯤 생각해 볼 주제다. 그러나 무겁다. 무겁기 때문에 함부로 다루기 어렵지만 저자는 이를 극복했다. 무거운 이야기를 재미로 버무릴 줄 아는 재능 덕분이다. 거기에 더하여 탄탄한 구성에 잔잔한 감동까지 보태는 솜씨가 제법이다.


소설은 그저 작은 이야기 小說이 아니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현장에 대한 이해가 깊이 담겨 있고, 배경에 대한 고찰이 오롯하며, 스토리 엮음에 무리가 없어 공감을 자아낼 때 그 울림은 제법 크기 때문이다. 수원의 화성이 지닌 시대사적인 의미, 문명사적인 뜻에 사람이 만들어내는 만남과 헤어짐의 스토리가 무리 없이 엮였다. 그래서 울림이 결코 작지 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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