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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밭의 도서들

천천히, 함께하는 마지막

  • 저자 이현택
  •  
  • 분류 한국에세이
  • 면수 264.00
  • 출간일 2014.10
  • 판형 150*220mm
  • 가격 12,000원
  • ISBN 979118572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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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시한부 암 환자 아버지의 일상을 적은

현직 기자의 불효 일기

 

아버지는 식도암 환자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들은 기자다. 누구나 그렇듯 초조와 당혹감에 어쩔 줄 모른다. 기자인 아들은 불효를 떠올렸고,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의 시간에 함께 선다.


기자로서 아들은 아버지의 일상을 일기의 형식으로 적는다. 어떻게 아버지를 편하게 보내드릴까, 아버지와의 마지막 추억을 어떻게 장식해야 할까라는 문제의식을 지니고서다.


저자가 책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세 가지다. 암 환자도 일상이 있고, 그 일상을 우리가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으며, 작은 행동으로도 암 환자와 추억이나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세 명 중 한 명은 암에 걸리는 시대다. 언제 내가, 그리고 내 가족이 암 환자의 일상을 살아갈지 모른다. 저자는 신파극 같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기자의 눈으로 암 환자의 일상을 비춘다.


그래서 책에는 암 환자 가족의 경제적 문제, 암 환자와의 산책 요령, 암 환자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요령, 투병일지, 심리적 문제 등 사소하지만 필요한 정보들을 고루 다루고 있다. 여기에 글과 함께 저자가 집적 찍은 아버지의 사진도 눈여겨 볼만하다. 조금씩 야위어 가지만 아들과 함께하기 위해 힘을 내는 그 모습에서 부모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감정과 거리를 두려는 저자의 건조한 어조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가없는 사랑과 존경은 깊게 묻어난다. 어느 날 갑자기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는 육친과 어떻게 이별의 마침표를 찍는 게 좋은지를 생각게 하는 내용이다.

 

이 시대의 불효자들에게 던지는 가슴 찡한 메시지


암 환자하면 쉽게 떠올리는 것이 눈물일지 모른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이 빠르게 늙고, 약해져 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이 어디 눈물뿐이던가. 암 환자의 일상 역시 다르지 않다. 짜증, 눈물, 고통이 있긴 하지만 식욕, 투정, 잔소리, 웃음이 함께 한다.


저자는 책에서 암 환자들에 대한 편견, 통념과 현실의 괴리를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우선 환자에게 무겁고 우울한 어쩌다 이런 일이!”, “꼭 이겨내세요!”, “많이 힘드시죠?”와 같은 말이 아니라, 다소 퉁명스러워도 밥은 드셨어요? 반찬은 뭐였어요?”와 같이 일상을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암 환자와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시각이다.


저자는 그런 이유로 아버지와의 영원한 이별을 앞에 두고서도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부친의 일상을 꼼꼼히 적고 생각을 깊이 다듬었다. 기자의 냉철함과 관찰의 자세를 잃지 않으면서 암 환자의 소소한 일상, 그래서 일반인들은 다소 의아해 할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임산부의 입덧처럼 식욕이 커진 암 환자의 식사 메뉴부터, ‘가글, 마스크, 지팡이, 휴지같은 외출 4종 세트 이야기, 곤란한 경제 문제, 암 환자 가족이 느끼는 심리적 변화까지 많은 내용을 치밀하게 적었다. 죽음으로 생겨날 육친과의 긴 이별을 위한 종합 매뉴얼과 같다는 느낌을 준다.


암 환자 아버지를 향한 인터뷰 형식도 보여 준다. 아버지에게 있어 암의 의미’ ‘죽음’ ‘절망등 가슴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묻고 또 묻는다. 이는 모두 아버지와 좀 더 함께하고 싶은 자식의 슬프고 공허한 몸짓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를 보는 우리는 찡한 감동을 받는다.


이 담담한 일기 속에서 큰 울림이 있는 메시지 하나를 건질 수 있다. 자식이 부모에게 바치는 효도의 본질에 닿는 대목이다. 책은 부모와 가능한 한 많은 일상을 함께 하라는 권유를 담고 있다. 눈물을 자아내는 최루의 작용이 거의 없는 담담한 필치이기는 해도,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눈에 물기가 가득 찼다는 점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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